사고와 시시비비

몇달전 아마 은사자 님 블로그의 포스팅 중 하나에서 본 기억이 난다.

서비스맨(거기서는 스튜어디스 CA)이 승객에게 실수해서 사과하면

미국인은 웃으며 괜찮다고 하고 당신은 괜찮냐고 응대하면서
나중에 회사로 손배청구서를 보내고,
일본인은 입으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얼굴은 절대 괜찮아 보이지 않고
한번 실수한 것에 대해 내릴 때까지 계속 굽실거리도록 사람을 압박주고,
한국인은 노발대발 해도 이것저것 챙겨주고 아는 척 하면 금방 풀어지고
그걸로 끝낸다는 내용.

원래 우리나라의 표준(?)마인드는 뒤끝이 없는 것을 최고로 치는 것 같긴 하다.
남을 평가할 때도 '뒤끝이 오래 남는 사람'이라고 하는 평이
그 대상자가 인격적으로 문제 있다고 평하는 수준 중 꽤 쎈 느낌을 준다.

화나면 화를 낼 줄 알고, 사과하면 사과받을 줄 알아야 한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아마 일본인이 말하는 타테마에와 혼네에 대해
강하게 거부반응을 나타내는 것 일 지 모른다.

사실 양쪽을 오래 접하다 보면 이쪽이 이렇다 저쪽은 저렇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구분을 짓긴 힘들다.
일본인이 더 솔직한 반응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고
일본인이 한국인의 이중성에 놀라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래야 한다'는 기준이나 상식 자체가
양국 간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1)


곁가지에서 나와 다시 가자면,
한국에서는 위의 예에서 나온 것처럼 당장에 확 풀고 끝내는 걸
모범답안으로 삼는 사람이 꽤 많다는 것도 아마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비유는 사실 요즘 세상에 표준적이라고 하긴 힘들 것 같기도 하다.
타국 사람들도 사회적 상식이 변화하고 있고,
한국은 다른 사회보다 더 다양하게 분화 하면서
복합적이거나, 극단적으로 분리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그니님의 반응도 이미 위의 비유에서 한국인의 반응이라고
단순화 된 예와는 다르다.

보통 글중에 나온 화를 낸 손님의 반응이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는게 당연할 것이다.

자그니님을 공격하는 무수한 리플들 역시 그 부분을 찌르고 있다.

뭐 그 기반은 이제까지 쌓은 공덕-카르마 때문일테고,
이 건은 어떤 대처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좋은 꺼리가 된 것 같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정답을 택하지 않았다고) 시비 거는 리플들은
그냥 무시해도 될 것 같고...

그렇지만,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 장소에서
명확하게 가게 측에 피해에 대한 불만을 인지시키지 않은 것은
자그니 님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첫째로 그 무신경한 서비스맨이 정말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하는지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에 대해 인지를 시켜주지 않으면
서로 사건의 정황을 일치시키는데 지장이 있을 것이고,

두번째로 '당신 봤지요. 증인이 되어주세요.
여기 성함과 연락처 적어주세요.'
하고 증인을 만들 정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아는 사람을
만들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해서 이다.

보통 이와 유사한 온라인 거래 시비는
그나마 이메일 / 게시판 / 쪽지라도 남지만
오프라인 상의 분쟁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진실을 주장하는데
더 큰 어려움이 있다.

당장에 우리나라에 부지기수로 일어나는 교통사고 건을 상기해 보면
이미 묻힌 일을 '그런 일 없었다' '모른다'고 발뺌하는 것이
매우 쉽기 때문이다.

묻힌 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묻혔으면 묻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 건에서는 그것이 자그니 님이라고 생각된다. ...


====

전 이번 포스팅에 대해
자그니님의 당시 상황 인식이나 묘사에 대해 신뢰를 가지므로
그런 일이 발생한 것에 불만을 말하는 것이
당연히 쓸 수 있는 글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시 현행을 즉시성을 가지고
사건 당사자나 주변인들에게 인지를 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매우 아쉬운 대처라고 생각합니다.

하다못해 핸드폰이라도 가지고 계셨을텐데
사진이라도 남기셨다면 더 좋으셨을 것 같습니다.




(주1)
과한 말일 지도 모르지만,
위의 일본인이 경험하고 놀라는 한국인의 '주장'과 '실제'의 갭이
대부분 이런 경우이다.

많은 한국사람들은 개인의 이익이나 방어를 위해서라면
거짓말이나 공정치 못한 판정에 능숙하다는 것이다.

이 관점을 그대로 또 대입해 보자면,
한국인들이 중국인에게 느끼는 것과도 비슷하다.

(그런데 차이라면 애초 일본인(한국인)들은 중국인에 대해서는
기대치가 크지도 않고 과다한 경계심을 가지는데,

한국인의 표리는 일본인의 혼네/타테마에 와
목적이나 표출되는 양식, 범위가 다르므로
그들(일본인들)의 입장에서는
유사하면서도 다른 것에 대해 제대로 감을 못 잡고
더 쇼크를 받는 것 같다. (아마도)

특히 한국인과 관계를 가지거나
한국을 방문할 정도의 우호도를 가진 일본인일수록
첫 배신의 경험에 더 마음에 상처를 받는 것 같다.)

 

 

by JOSH | 2009/06/23 03:08 | Writing (Main?)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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