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과거 인랑관련 '두고보자'사이트 게시물에 덧글로 달았던 원문을
마침 오시이마모루의 괴작 '세이부신주쿠전선 이상없다'에 대한 포스팅을
반갑게도 올리신 분이 있어서 약간 퇴고하여 올린 것입니다.)
작품내용에 관해서는 관련 포스팅 참조 바랍니다.
링크 : 세이부신쥬쿠 전선 이상없음링크 : '남자의 얼굴'에 대하여우리나라도 과거엔 학생/노동운동이 전부 친북 좌익으로 몰렸던 시대도 있었지만...
어쨌든 `바꿔나보자`가 성공했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민이 정권을 바꾼 나라' 입니다.
식민지시대와 전쟁으로 국가가 망가지고 폐허에서 일으켜세웠기 때문에
과거의 문화와 관습을 상당부분 버린 채 새로운 시작이 가능했습니다.
과거에서 잃은게 많은 거야 마냥 아쉬운 거고...
게다가 그 새로운 시작에 일본제국의 유산이 많이 박혀버린게 매우 피곤하지만요.
하지만 일본은 미국이 던져준 애매한 민주주의를 접수하여
이것이 한국보다 더 일본이라는 국가에 맞게 적용이 되어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아직까지 일본은 민주주의를 모른다는 소리도 듣고 있습니다.
(국민이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정치인에게 의견을 피력하거나 정치개혁을 요구하기 보다
정치가라는 계급 또는 전문가에게 정치를 맡기는 봉건주의적인 색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고도 하지요.)
그리고 냉전을 둘러싼 전공투에서 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한 과격투쟁이 실패하였습니다.
견랑전설에도 나오듯 민중의 지지를 받지 못한 운동세력은 더욱 과격해 지고
그렇기에 현실이나 사회와 더 동떨어지게 되며, 탄압세력의 과격화도 불러일으킵니다.
전공투 세대는 불완전 연소된 세대 입니다.
완전히 뜻을 다 이루지 못하였기 때문에, 진심으로 사회운동을 했던 그때 그 사람들은
스스로를 아직도 과거의 패배자라고 자조하고 그 트라우마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더 비참하게 하는 것이...
그 사람들이 더 나이를 들면서 사회를 살다보니 과연 예전의 그 험악한 투쟁이 과연 필요했나,
인생이 뭐고 사회가 뭔가 를 보다보니 자신의 그 신념이나 행위의 정당성이 흔들리는 속에서
더욱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헤메게 된 것이죠.
그래도 세상은 조용히 돌아갔으니까요.
오시이마모루같은 경우, 견랑전설(인랑만이 아닌)이나 패트레이버2에서 보여주는 시선은
그런 체제에 대한 반감과 `동경`, 체념 그리고 과거와 같이 않은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섞여 나타나는게 아닌가 합니다.
만화 '세이부신주쿠전선이상없다' 에서는 신경이 날카로와진 정치장교 옆에서
아이돌 가수의 히트곡 'Non Non Revolution' 이라는 노래를
주인공들이 태연히 불러대니 그 니힐함이 극에 달하지요.
뭐 일부러 그걸 예술로 승화시켰다 어쨌다 하는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 그렇게 되어버렸다고 보는게 적절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 --; 그래서 말인데, 역시 `이루었도다` 하는 사람과 아직 그걸 속에 넣어 앓고 있는 사람과는
작품으로 나타나는 느낌이나 강도가 다르지 않을까 합니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죽을둥 살둥 여자를 쫒아다니던 남자가 뜻을 이루고 나면 돌아눕는 건...
남자입장에서 보면... 계산적이어서 그런다기 보다
남자는 정말 짐승이라 `전`과 `후`는 정말 생각이 다르다네요. (쿨럭)
`전` 에는 그렇게 멋진 미사어구와 예술적인 공략법이 창출되다가도...
`후` 가 되면... 그게 자신이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니...
뭐 사람의 욕망과 에너지라는게 그런거 아니겠습니까.